목소리 크기

한달이 약간 넘는 기간 글 포스팅을 하면서 여러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동안 이 블로그의 역할도 바뀌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광인에게 고언하는 역할, 차단을 당한 다음에는 혼자 공중에 소리치는 역할, 그 다음에는 사건의 내막을 뜯어보는 역할, 그 다음에는 두 편을 중재하는 역할, 그리고 졸꾸의 신이 자리를 잡으면서 저는 그에 편입되어 목소리를 증폭하는 역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저의 개인 의견을 적어나가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사람 사회라는 것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출판업계의 부조리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회사의 행태를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제보하는 것은 좋으나, 좋게 모났든 나쁘게 모났든 모난 돌은 정을 맞는다고 했는데 제가 혼자 앞서 너무 모났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한 사람이 지르는 목소리의 크기 때문입니다. 처음에야 혼자였으니 아무래도 관계없었지만, 지금은 같은 마음으로 연대하는 2500명짜리 그룹이 함께 있습니다. 큰 그룹을 대표하는 무게는 제가 견딜 수 없는 것인데, 이전과 같은 목소리 크기로 일관할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는데 제가 상황을 미처 깨닫지 못하여 스스로 수명을 재촉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을 미처 몰랐던듯 합니다.

주식을 할 때는 고점에서 높은 공기를 누리고 있으면 떡락을 맞는 것이라 배웠습니다. 많은 분들이 좋은 반응을 주시고 적은 분들이 싫은 반응을 주시는 이 시점에 저의 역할을 한번 더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기다리고 앉아있으면 언젠가 바닥에서 팔게 될 테니까요.

이전에 온 힘을 다해 질렀던 제 목소리는 앞으로 점점 작아질 일만 남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초에 관심받겠다고 벌인 일도 아니었고, 이제는 매우 많은 분들이 내막을 알게 되셨으니 저는 이제 조용히 뒤에서 일하는 역할로 바꾸겠습니다. 만약 나중에 필요할 때가 온다면 그때 또 앞으로 불러주시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조언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 아무래도 좋지 않은 일로 인연이 되었지만, 이번 사건을 통틀어 제가 입은 가장 큰 수혜라면 매우 많은 선생님들을 만나 연대하고 위로를 얻었다는 점입니다. 젊은 사람으로서 이번에 만나뵈온 선생님들께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출판업계의 부조리를 밝히는 졸꾸의 신 그룹은 앞으로도 갈 길이 멀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보다 더욱 많은 분들이 참여해 더 크고 훌륭한 시민모임으로 성장할 것인데, 다른 분들에게 응당 돌아가야 할 것을 제가 빼앗는 일이 없으면 합니다. 초창기라고 할 만한 시즌이 지나간듯도 하고, 제가 혼자의 목소리로 앞장서는 역할을 이 앞으로 더욱 자청한다면 오히려 그룹에 역풍의 피해가 가는 선이 지금이 아닐까 하는 짐작도 들었습니다. 정답은 저도 모르고 아무도 모를 것이지만 그냥 짐작을 해 봅니다 :) 

저의 목소리 크기를 줄이는 의미에서 블로그 글 업로드를 한동안 멈추고, 저는 안 보이는 곳에서 졸꾸의 신을 응원하겠습니다. 자료가 필요하거나 추가로 제보주실 내용이 있다면 (wehong@cse.ust.hk) 혹은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woneui.hong) 으로 말씀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졸꾸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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