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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대전 시즌2 광기의 다단계

고심중입니다.

회사를 몇 개씩 멀티로 돌리고 있는 광인의 사업모델을 살펴보니 도저히 저와 같은 개인이 감당할 레벨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직전에 포스팅을 올렸지요. 당랑거철: 사마귀 한 마리가 수레를 상대한다는 뜻입니다.

 

당랑거철

 

 

광인은 교수를 묻어버리기 전에 이미 거대한 사업을 뒷배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속칭 취업알선꾼입니다. 본인이 유명한 멘토로서 젊은이들을 모아 취업을 시켜준다고 홀려 취준생의 목줄을 틀어쥐는 권한을 취하는 다단계 사업입니다. 신큐베이션이라는 서평쓰기 모임은 6개월을 준비해서 들어가려는 친구들도 있다고 하네요. 파고 파고 하다보니 제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졸꾸의 신 그룹 분들은 지금처럼 정보를 잘 모아서 어떻게 해보자고 하시는데, 사실 다단계 사업이라는것 자체는 우리나라에서 합법이기 때문에 무슨 정보를 터뜨린다고 해도 저쪽에 타격을 줄 것 같지 않았습니다. 취준생으로부터 불법으로 돈을 걷는 것도 아니고, 선량한 서평쓰기 모임으로 잘 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면 저들의 인격인데, 인격을 법으로 재어서 제제를 가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저는 블로그를 내려보았습니다. 일방문자 2000명정도는 되므로, 블로그가 한순간에 사라지면 이게 뭔 일이지 무슨 일 당했나 생각할 듯 했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기억에 비운의 희생양이 되고, 그 다음 총대를 메는 사람에게 공분의 힘을 실어주는 역할이 지금 저의 갈 길인가 하는 생각으로 저는 그렇게 행동했습니다.

실은 저와 졸꾸의 신 그룹 이전에도 이미 그런 비운의 희생자들 (시조새들+넷드링커+교수님+기타 개인적으로 당한 사람들)의 아픈 기억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여기까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이게 된 거거든요. 현재 천명 정도인 지금 졸꾸의 신 그룹을 그대로 키워서 광인 주식회사와 힘대 힘으로 뭘 해보겠다는 발상은 먹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조새분들, 드링커분들, 교수님에 이어서 저, 그리고 졸꾸의 신 그룹도 광인에게 잡아먹힌 것처럼 희생양이 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억지로 공분을 긁어모아서도 닿지 않을만한, 그만한 힘의 차이입니다. 

또 저쪽은 원래 아무말을 쏟아내던 사람들인데 우리가 모여서 몰아붙이니까 흠잡힐 자료를 골라서 몇 개 내리고 입을 닫았습니다. 저쪽 사업이 발을 잘못 딛지 않도록 이쪽이 오히려 다듬어주고 있는것 같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저는 조용히 사라지고, 저쪽이 방심해 아무말 계속 하도록 놔두면서 자료를 차분히 모았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잠시나마 한번 사라져 보았습니다. 어떻게들 반응하시는지 보고 그 다음을 생각해보려 했습니다. 제가 블로그를 하루아침에 없애고 입을 닫은 후 시간이 약간 지난 뒤에 다른 누군가 메는 총대를 제가 지원한다면 그때는 공분의 힘을 더 크게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이런 일이 한번에 확 치고 올라가는게 아니고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펌핑을 받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아래 글을 읽고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어떤 익명의 선생님의 한말씀입니다.

제가 자격증 공부하는 취미가 작년부터 생겼습니다. 올해는 회사일이 너무 바빠 공부를 거의 하지 못한 것도 있고 시험 신청(사회복지사 자격증. 물론 국가고시)을 까먹는 바람에 물건너 가버렸습니다만, 내년엔 제대로 공부해서 따볼 생각입니다. 내년에 떨어지면 내후년에 다시 칠 것이고, 내후년에 떨어지면 그 다음해에 다시 시험 볼 생각입니다. 언젠가는 붙겠지요.(근데 뭐 그 전에 붙겠죠. 시험 운이 좋은지라.)

똑같습니다. 어떤 불의를 봤을 때 외면하거나 도중에 관두지만 않으면 됩니다. 꾸준히 돌멩이 하나라도 던지고 김대중 선생님 말마따라 담벼락 벽에 낙서라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어느날 이거 해봤자 과연 되겠냐 싶어 그걸 아예 멈춰버리면, 결국 그 불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질 것이고 그 커져버린 모습을 나중에 목격하면 '아, 그때 왜 관뒀을까?' 라는 아쉬움이 밀려들 겁니다.

다들 직장도 있고 바쁘실 것입니다. 길게 보고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만 한다면, 혹은 유익한 취미활동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니면 그냥 자기를 위해서, 이를테면 인맥 쌓는 거라 생각하셔도 됩니다.

그 양반 동영상 보면 인맥이 어쩌고 하면서 시청자나 청중을 깔아뭉개는 게 많이 나오던데 걔는 그렇게 살라 그러고, 사실 이곳만큼 다양하고 훌륭한 분들과 교류할 수 있고 또 근사한 토론이 행해지는 곳이 대한민국 어디에 또 있을까요? 저는 저보다 훌륭하신 많은 분들의 글과 행동을 보며 항상 배우고 있습니다. 여기가 바로 하이퍼 멘토링 플레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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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링크는 해당하는 김대중 대통령님의 말씀입니다. 

"이기는 길은 모든 사람이 공개적으로 정부에 옳은 소리로 비판해야 하겠지만, 그렇게 못 하는 사람은 투표를 해서 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또 집회에 나가고 하면 힘이 커진다. 작게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된다. 하려고 하면 너무 많다.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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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마케팅을 기술적 (technically)으로 펌핑해서 어떻게 해보려고 애를 썼던 것입니다. 광인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그의 기교를 시늉내서 저도 제 수준의 꼼수를 부려 본 것이지요. 회사 대 회사 싸움이라면 그럼직도 하겠지만 이 경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쪽은 다단계 회사이고, 이쪽은 시민 운동입니다. 일하는 방식이 같을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제가 비운의 희생양이 된다면, 희생양이 되는 척을 해서가 아니라 진짜로 희생양이 될 때에 그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쪽이 인격을 버리고 기교만을 택했다면, 이쪽은 기교를 버리고 인격만을 택해야 되겠다. 그러려면 죽든 살든 진실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다시 살려봅니다. 초반에는 열흘동안 거의 40개 포스팅을 쏟아내는 속도전을 했었지만, 저야말로 이제부터는 좀더 긴 호흡으로, 아무말도 좀 섞어가면서, 그렇게 가볼까 합니다. 혼자 고민하는 개인 블로그라서, 항상 옳은 판단을 할 수는 없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많이 배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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