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어떤 책으로부터의 인용만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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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히 어떤 문화도 자신의 합법적인 패턴이 훼손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만일 그런 일이 발생하면 생물적 면역 체계가 작동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모종의 면역 체계가 작동한다. 그리하여 불법적인 문화적 패턴들의 비정상적이고 위험한 출처를 먼저 규명하고 이어서 고립시킨 다음, 마침내 문화적 실체로 존재하지 못하도록 이를 파괴한다. 그것이 바로 정신병원들이 하는 역할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이는 또한 이단에 대한 종교 재판이 하는 역할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제어하지 않은 채 그냥 자라도록 내버려두면 문화 자체를 파괴할 수도 있는 이질적 생각들로부터 문화를 보호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그것이 바로 파이드로스가 정신병동에서 목격한 바였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그를 개종하여 "객관적 현실"로 되돌려놓으려 했던 것이다. 그는 정신과 의사들이 친절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결코 의심치 않았다. 그들은 그네들에게 맡겨진 과업을 감당하기 위해 보통 이상으로 친절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들이 이른바 정상적인 문화의 대리인들임을, 그들에게 맡겨진 일은 정상적인 문화의 대리인 자격으로서 광기를 다루는 것임을 감지했다. 그리고 그는 그들이 지칠 줄 모르고 해대는 역할 연기에 끔찍이도 질려 있었다. 그들은 항상 이교도를 구원하는 사제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것에 대해 결코 뭐라 말할 수 없었으니, 뭐라 말하는 경우 편집광 환자의 넋두리로 들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또는 그들의 선의를 오해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 되고, 그의 병이 정말로 얼마나 깊은 것인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가 "정상"임을 보증받고 나서 수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 그는 자신의 병원 생활에 대한 "객관적인" 의학적 기록들을 찾아 읽을 수 있었는데, 그들이 얼마나 심하게 중상모략을 했는가를 확인하고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의사들이 남긴 기록들은 전혀 이질적이고 적대적인 종파가 상대 종파에 대해 남긴 기록들과 다름없었다. 정신병 치료는 진실에 대한 탐구 과정이 아니라 독단적인 교리의 전도 과정이었던 것이다. 종교 재판관들이 한때 악마에 굴복하는 것을 두려워했듯, 정신과 의사들은 광기에 물들까 두려워했던 것이다. 정신과 의사들이 광인인 경우 그들에게는 정신과 의사로서 활동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네들이 다루고 있는 대상에 대해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알면 안 된다. 그것이 바로 그들에게 요구되는 것이었다.
파이드로스의 추정에 따르면, 이러한 비판에 대해 그들은 다음과 같은 논리로 대응할 것이다. 폐렴을 치료하는 방법을 알기 위해 폐렴에 걸려야 할 필요가 없듯, 광기를 치료하는 방법을 알기 위해 광인이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 같은 반박은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통째로 드러낸다. 폐렴은 생물적 패턴으로, 이는 과학적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우리는 현미경을 통해 폐렴 구균을 연구함으로써 이에 대해 알 수 있다.
반면에 광기는 지적 패턴으로, 생물적 원인에 의해 발발할 수도 있으나 물리적 또는 생물적 현실 세계에 속한 것이 아니다. 누가 광인이고 누가 정상인인지를 보여주는 과학적 도구를 법정에 제출하기란 불가능하다. 우주의 과학 법칙들 가운데 단 하나에라도 들어맞는 측면이 광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주의 과학 법칙들은 정상인들의 창조물이다. 이 정상인들이 창조한 어떤 도구를 동원하더라도, 그들 자신과 그들 자신의 창조물 바깥쪽에 존재하는 것을 측정하기란 불가능하다. 광기는 관찰 행위의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변형된 관찰 행위일 따름이다. 지성의 패턴들 가운데 병든 것이란 있을 수 없다. 다만 이단이 있을 뿐이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광기다.
이렇게 물어보라. "만일 이 세상에 오로지 한 사람만 존재한다면, 그가 광인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광기란 항상 다른 사람들과 상대적인 비교가 가능할 때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이고 지적인 일탈일 뿐, 생물적인 일탈이 아니다. 재판정에서든 어디에서든 적용할 수 있는 광기에 대한 유일한 검증 기준이 있다면, 이는 현재 상태의 문화에 순응하느냐 하지 않느냐일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이 과거 사제들의 역할과 그처럼 유사한 것이다. 양자는 모두 현재 상태를 강요하기 위해 물리적 억제력과 학대 수단을 동원한다.
- 라일라 p. 617 - 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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