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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대전 시즌2 광기의 다단계

비폭력대화

이번 사건의 두 진영은 상치되는 사상을 기반으로 주장을 펴는 중이고, 상대와 감정적인 대립각에 서 있기도 합니다. 감정에 호소, 여론몰이, 비하 발언이 난무하는 판이 되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존중을 전제하는 합리적인 대화가 이제는 불가능한 지경이라고 저는 생각했었습니다. 블로그에서 특정인을 글로 명시한 적은 없으나,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누구인지 알 수는 있는 수준에서 모든 글을 비유로 뒤덮어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려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전에 올렸던 포스팅들에서 개인의 성격이나 성장환경을 확대 해석하여 메신저를 지나치게 파고드는 전개를 향한 것은 저의 옳지 못한 판단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어떤 길이 좋은 길인지에 대한 확신은 저에게 없는 상태고,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할 뿐인듯 합니다. 저의 글 한 마디 한 마디에 여러분이 반응하실 때마다 그 하나하나의 반응이 전부 묵직하게 느껴집니다. 제가 적은 글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당기니 좋다는 식으로 치부할 무게가 아니라고 느껴집니다. 저는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언론인의 글을 쓸 능력이 되지 않습니다. 무거운 글을 신나서 쓰다가는 비틀대다 언젠가 넘어질 것인데, 그 때의 후환을 제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 비폭력대화 라는 책이 있습니다. 사람간의 대화에서 논쟁이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말로 상처를 주지 않으면 서로에게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설령 결과를 얻는데는 실패하더라도, 적어도 서로에게 앙심은 남지 않도록 도와주는 말하기 방법을 아래 책에서 알려주고 있습니다. 현란한 말기술 이전에 상대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말이란 그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화자의 의도와 진심이 정반대로 전달되는 경우도 왕왕 있으니까요. 요점을 꼽자면 비폭력대화는 관찰-느낌-욕구-부탁 의 순서로 이루어집니다. 

 

 

 

 

제가 2018년 여름에 유학을 나오기 전, 한국에서 데이터분석 강사 일을 하며 지낼 때 있었던 일입니다. 회사가 지향하는 바는 한 명의 직원이 계약부터 잔금 치르기까지 한 사이클의 일을 해낼 줄 알아야 직원이 회사에 아쉬울 게 없고, 회사도 직원에게 아쉬울 게 없으며, 그래야 서로 투명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회사 소속이기는 했지만 출퇴근도 없었고 1인기업가 내지는 프리랜서처럼 일했었습니다.

저는 신입사원이었지만 계약이 시작되기 전의 일을 종종 맡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여러 회사가 동시에 참여하는 강의 컨소시엄에 들어갔는데 소통에 문제가 발생하여 서로의 감정이 상하게 되었습니다. 일이 파국으로 치닫던 중 제가 감당할 수 없는 것임을 알고 회사 대표님이 중재를 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희 대표님이 상대측에 보낸 메일을 세부 내용을 지우고 공개해봅니다.

대표님의 한말씀 (관찰->느낌->할말->욕구->부탁)

저는 책에서 읽어 머리로만 알던 패턴을 이 사건으로부터 실제로 보고 배웠습니다. 이후 분쟁이 발생함직한 소통에서는 이런 표현 방식을 사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유학을 나온 뒤로는 유사한 일이 발생했을 때 실습도 해 본 적이 있었지요. 이때는 무거운 내용은 아니었고, 반 장난 삼아서 실습해보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재미있고 유익한 체험이었습니다. 

 

홍원의

모니터 내노라는 메일을 나름 정중하게 +오래도록 고심해서 보냈더니 "We do not have spared monitor for personal use." 이따위로 띡 한줄 답이 오길래 hmm...이놈봐라 하다가 이런 것에서도 뭔가 배울 점이 있을 것임 그래서 몇달전에 야매로 배운 비폭력대화 를 사용해보기로 하였음 비폭력대화란 사람이 열불이 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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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 사건이 단칼에 종결되고 여태 관여했던 사람들이 완전한 일상으로 하루아침에 복귀하게 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저 흐르다 흐르다가 희석되고 무마되는 종류의 일이라 생각합니다. 세월이 일하는 바를 따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번 사건으로부터 저쪽의 특정인을 끄집어 내리겠다거나, 생계를 위협한다거나 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의 내막을 잘 알게 되고, 그래서 각자 개인이 판단하는대로 그저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위적인 왜곡이나 비틀림이 없이 온전하게, 또 자연스럽게 흘러갔으면 좋겠습니다. 그 흐름을 저의 욕심으로 틀어막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 블로그의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모쪼록 크게 심려하지 마시고, 또 너무 깊이 관여하지 마시고, 여러분의 일상과 생업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응원 주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이것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지켜보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비폭력의 대화라는 것을 저는 아직 머리로는 알지만 체화된 글로 표현하기에는 어수룩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으로부터도 저는 넘어져가면서 배우는 중입니다. 부탁드리건대, 앞으로 언젠가 제가 자빠져 나동그라지는 수준의 글을 적고 있음을 감지하신다면 주저 마시고 말씀 주시면, 그래서 제가 말씀을 듣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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