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 (Ready Player One, 2018) 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비유는 한참 전에 @한청원 님께서 소개해주신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영화는 사이버 세상의 설계자가 종적을 감추기 전에, 그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열쇠의 힌트를 남기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열쇠를 찾기만 하면 사이버 세상의 지배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전 직원과 사업체 전체를 동원하여 열쇠를 수색하는 빌런 조직 (IOI)이 있고, 주인공을 비롯한 사이버 세계의 모든 등장인물들도 제각기 열쇠를 찾아나섭니다.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이 압권인데요. 서로 전혀 일면식 없는 수 많은 사람들이 사이버 세상에서 힘을 합쳐 빌런 조직의 횡포를 저지하는 전개가 일어납니다. 빌런 수장의 대표 캐릭터는 로봇 메가 고질라 입니다. 맞서는 사람들은 누구는 깡통로봇 캐릭터, 누구는 건담 캐릭터, 누구는 처키 캐릭터로 각자의 개성을 발휘하여 각자의 몸을 던져 빌런을 막아섭니다. 저는 이번 사건의 전개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매우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광인은 대중을 농락하고 있습니다. 농락의 힘은 그 내용에 있기보다 그 영향력의 크기에 있습니다. 대중을 농락한다는 것은 정보가 발생한 쪽, 온라인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큰 쪽이 가능한 것입니다. 예컨대 방송국을 장악한 독재정부가 하는 그런 것입니다. 그는 본 사단의 아주 초창기부터 그러한 힘의 논리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2400명의 소시민 집단이지만, 그는 자신의 한 손에 백만 팔로워의 지지를 움켜쥐고 있습니다. 저쪽은 한 사람의 생각을 온라인으로 내려받는 거대 조직이고, 이쪽은 2400개 생각을 전부 발휘하는 소규모 모임입니다.
우리 중 누군가는 목소리가 크고 누군가는 목소리가 작지만, 우리에게 단 한명의 대장이 있는게 아닙니다. 2400명의 다양한 캐릭터 각자가 그대로 살아서 제각기 움직입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개성이 있고 각자의 역할이 있습니다. 누구는 시즈탱크고, 누구는 메딕입니다. 누구는 조약돌 하나 던지고, 누구는 소리만 지르기도 합니다. 누구는 무서워서 눈을 감습니다. 그 모든 사람들이 전부 하나하나 의미가 있습니다. 각자가 자기의 개성을 발휘하여 자기 자리만을 지킬 뿐입니다. 누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회이며 사람의 집단이 살아가는 생태계입니다. 그런 생태계에서는 구성원 일부가 메가 고질라의 화염포를 맞아 거꾸러진다 해도 다른 누군가가 금세 빈 자리를 채울 것입니다. 반면 빌런의 회사는 메가 고질라 하나가 주저앉으면 그대로 무너집니다. 어느 쪽이 안티 프레질 하겠습니까.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우리는 메가 고질라를 처단하여 거꾸러트리기 위해 모인 게 아닙니다. 한 가지 생각을 내려받은 집단의 횡포가 세상을 더욱 유린하여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도록,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여러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모인 것입니다. 오직 힘의 논리로 정상적인 시장 생태계를 유린하는 메가 고질라에게 다른 누군가가 더 짓밟히는 꼴을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이 당했다면 그 다음은 제 차례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선이고 너희는 악이라는 논리가 아닙니다. 그런 말은 아무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악을 처단하기 위해 모인 정의가 아니라, 횡포를 막아서기 위해 모인 소시민 집단입니다. 둘은 아주 다른 개념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자라면 어디서 긁어 조립한 짜깁기 책이 아니라 제대로 된 품질의 도서를 구입할 권리가 있습니다. 누구 마음대로 순위에 올려놓은 헛껍데기 베스트셀러 말고, 진짜로 품질이 좋은 책을 추천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것은 시장 자본주의 사회가 작동하는 순리 (順理)의 일부입니다. 순리에 역행하는 회사는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메가 고질라의 현 영업형태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서로 이해관계 없는 수 많은 시민의 모임입니다. 메가 고질라를 공격하여 거꾸러트리기 위함이 아니라 그의 횡포를 막아서기 위한 모임이라고 했습니다. 고질라 회사의 안녕과 장기적인 영속을 위하여 소비자의 관점에서 이런저런 개선을 요구하며 무급 형태로 활동하는 것이니, 모쪼록 저희의 진심을 헤아려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지경이 되어서도 움켜쥔 그 손을 놓지 않겠다면 전쟁을 하겠지만, 그렇다고 고질라 회사가 승리하리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그쪽이 정신승리를 하겠다면 또 다른 이야기이지만요.
이번 사단이 현재 수준에서 잘 마무리 된다면 그것은 메가 고질라의 회사에도 좋은 일일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영속하는 회사가 되어야지, 단기적으로 먹고 주저앉는 회사가 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 2400명짜리 그룹을 기어이 힘으로 짓밟아 뭉개보겠다면 머지않아 24000명짜리 그룹의 역풍을 맞을 것입니다. 그때가 오면 두 번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수준으로 크게 주저앉을 것이니, 그 권좌에서 차라리 지금 내려오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 봅니다.
이전에도 우리는 그의 광기를 멈추려는 시도를 수 없이 하였으나 그는 대화도 아니요 무응답도 아니며 일관된 차단으로 대응했습니다. 그의 의견에 조금이라도 반대 의사를 밝히면 그는 바로 차단을 합니다. 주체적인 의사표시입니다. 그의 광기는 멈추지도 않을 것이며 본 사단에 대한 책임 역시 지지 않겠다는 의사를 일관되게 표시해 온 것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저의 문해력이 수준높지 못하여 틀리게 발언한 부분을 발견하신다면, 또는 본 블로그의 어떤 부분이 문제의 소지가 된다면 저에게 먼저 알려주시고 (wehong@cse.ust.hk), 제가 실수를 스스로 바로잡을 충분한 여력을 주신 후에, 그래도 제가 오만하게도 자신의 실수를 바로잡지 않을 시, 그 때에 그쪽 백만 팔로워의 힘 말고 민주 사회의 시민들이 합의한 힘을 저에게 행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사람의 도리입니다. 이 글을 읽는 꾸러기 분이 혹시 계시다면, 타인을 힘으로 겁박하시기 전에 법이 존재하는 이치부터 공부하시라고, 또 그 전에 사람의 도리부터 깨우치시라고 그쪽의 고질라 수장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분이 남의 말을 들을 귀가 아직 있다고 하면요.
2019. 07. 15. 쩌리 홍원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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