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꾸의 신은 멤버가 2500명이 되는 공개그룹이다보니, 정말로 여러 분야의 남녀노소가 어울려있습니다. 정말로 다른 생각과 글이 조화를 이룹니다. 누구처럼 자기 싫다고 차단해 내쳐버리는 집단이 아니다 보니, 정말로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분들을 포괄하여 어울리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공학/이학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은 다른 업에 계시는 분들에 비해 매우 이질적인 어휘를 사용합니다. 단지 사용하는 어휘의 차이로 표면적인 오해가 발생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공계열의 언어와 어문계열의 언어를 비교해봅니다.
이공계열의 언어는 definition에서 시작합니다. 정의되지 않은 것은 언급될 수 없습니다.
이공계열의 언어는 아주 정확해야 합니다. 숫자 계산이 정확하듯, 어휘에서도 예외를 허락하지 않는, 정밀한 표현을 선호합니다.
이공계열의 언어는 감정을 섞지 않습니다. 객관성이 주관성에 언제나 우선합니다. 객관에서 시작해 객관으로 끝냅니다. 주관이 아예 없을수는 없으나, 가급적 주관성을 배제하려 노력합니다.
이공계열의 언어는 관찰자 (사람)가 아니라, 기계나 자연을 연구합니다.
어문계열의 언어는 상식 (common sense) 혹은 원리 (principal) 에서 시작합니다. 글을 읽는 어지간한 사람들이 마땅히 그럼직하다고 받아들이는 지점입니다.
어문계열의 언어는 비유/은유/환유를 사용합니다. 같은 문장이 이렇게도 읽히고 저렇게도 읽힙니다. 그러나 정밀하게 읽히지는 않습니다.
어문계열의 언어는 주관성이 객관성에 우선합니다. 객관성이 있기는 하나, 이 때의 객관성이란 주관성을 강화하는 재료의 역할입니다. 결론은 가급적 주관적으로 맺습니다. 글쓴이의 자기 주장이 없는 글은 품질이 낮은 것입니다.
어문계열의 언어는 기계나 자연에서 영향을 받았을 관찰자 (사람)을 연구합니다.
이공계열과 어문계열은 그 철학이 다르고 목적이 다르므로 서로 다른 어휘를 사용하게 됩니다.
아래에서는 [졸꾸의 신] 그룹에 올라온 두 선생님의 실제 글을 예시로 가져오려 합니다. 논란을 일으키거나 비웃자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분야가 다르고 따라서 어휘가 다른 것 뿐입니다. 여기에는 좋고 나쁨의 구분이 없습니다.
이 글을 읽고 '앗, 졸꾸로 갈아탔단 말이야?' 하면서 언짢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졸꾸로 갈아탔다] 는 말을 그 안티 그룹에서 공개적으로 한다는 것은, 실제로는 전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이공계인이 사용하는 극단적인 반어법입니다.
[확률 0], [확률 0.5], [확률 1] 이라는 세 가지 상황이 있다고 했을 때 셋 중에 유사한 두 가지는 [확률 0] 과 [확률 1] 입니다. 부호만 바꾸면 그 정도/강도/세기가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이공계인은 중간의 어중띈 것보다 극단적인 이쪽과 극단적인 저쪽을 더 유사한 것으로 이해합니다. 아래 그림은 해당 개념을 표현한 엔트로피 (entropy:무질서도) 의 도함수 그림입니다.
또한 이공계인은 자기 안의 질서가 명확하게 확립되어 있는 편입니다. 내 안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로써 (본인 의도는 그렇지 않더라도) 글만 놓고 보면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개인주의로 읽히는 수가 높습니다. 주관성을 배제한 객관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이공계인의 어휘는 주관을 배재한다고 했는데, 이것은 글쓴 본인의 주관까지 포함해서 모든 주관을 배제한다는 뜻입니다. 아래 글은 또 다른 선생님의 글입니다.
원문 | 문과 독해 | 이과 독해 |
제 시간 쓰기 싫어서 | 다른사람들도 자기 시간 들여서 애쓰는 중인데, 자기 시간은 아깝고, 다른사람 시간은 안아깝나? |
내 시간을 쓸 만한 가치가 없다 = resource를 집어넣을만한 가치가 없다. = 신/고의 내용의 quality가 허접하고 별볼일없다. % cost/resource/benefit의 관점으로 이해함 |
없다면 생각보다는 괜찮은 분 | 어중띈 입장을 취하는군 | 일관되게 (consistently) 말한거면 잘한거고, 비일관되게 (inconsistently) 말한거면 못한거다. % consistency를 추구함 |
전수조사만큼 비효율적인 것은 없으니까요. | 다른사람들이 하고 있는 전수조사 활동 (=책의 짜깁기 현황을 모두 일일이 조사하는 행위)을 비하하는군 | 전수조사 ([complete enumeration) 라는 것은 statistically inefficient하다. = 통계 (statistics)란 표본/부분 (sample)으로 전체 (population)을 추정하여 계산의 효율을 노리는 기법인데, 전수조사를 한다는 것은 애초에 통계작업을 시작도 안 하는 것이므로 효율성이 0이다. % definition과 그에 따른 성질을 기술함 |
위의 표에서 보듯, 아주 같은 어휘가 아주 다르게 읽힐 수 있습니다. 이것은 서로 다른 두 문화에 속한 분들이 사용하는 어휘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누가 잘못이고 아니고가 없는 문제입니다.
이공계인보고 어문계인의 어휘를 사용하라든지, 또 어문계인보고 이공계인의 어휘를 사용하라든지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남자의 언어와 여자의 언어가 다르듯, 그냥 다른 것입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얼마든지 오해가 발생할 수 있으나, 읽어봤더니 대체 이해되지 않는 문장을 또 만나신다면 [내가 접해본적 없는 사상이나 관점에서 발생한 문장일지도 몰라] 하면서 한번 더 짚어주시면 좋겠습니다 :)
인문학과 자연과학이라는 거대한 두 문화의 충돌은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던 주제입니다. 이 이슈에 대하여 관심있는 분은 C.P. 스노우 의 두 문화 라는 책을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
두 문화
인류문화의 영원한 두 함수인 과학문화와 인문문화를 조명함으로써, 이 둘의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 미래적 과제인가를 보여주고, 심각하리만큼 급속해져가고 있는 지식 전문화의 속도에 매몰된 현대인들에게 문화적 보편성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고 있는 책이다.이 책은 1959년에 5월 7일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전통적인 연례 리드 강연의 내용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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